변호인 - 줄거리, 결말과 상징성

초반 줄거리: 송우석의 변화

영화는 1980년대 초, 대한민국 사회가 여전히 군사 정권 하에 있는 시기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송우석(송강호)은 고졸 출신으로, 젊은 시절 사법고시를 여러 번 실패한 후 결국 뒤늦게 합격해 변호사가 된다. 하지만 학벌에 대한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그는 현실적인 길을 선택해 ‘세무 전문 변호사’로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는 법을 수단으로 돈을 벌며, 출세에 집중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언뜻 보기엔 냉정하고 계산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송우석은 언제나 가족을 생각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이후 그는 자신이 과거 자주 들렀던 ‘국밥집’ 아주머니와 다시 재회하게 된다. 그 아주머니의 아들 진우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영화는 급격히 전환점을 맞는다. 진우는 단순한 독서모임 활동 중이었지만, 당국은 이를 ‘불온서적을 통한 반국가 사상 유포’로 간주해 간첩단으로 몰아버린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불법 구금과 고문을 당한다. 송우석은 처음엔 이 사건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지만, 진우가 고문당한 사실을 듣고, 국밥집 아주머니의 간절한 호소에 마음을 돌리게 된다. 이것이 그가 단순한 ‘세무변호사’에서 ‘양심의 변호인’으로 전환하는 시작이다.

본격적인 재판: 정의를 위한 투쟁

본격적인 법정 싸움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더욱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송우석은 당시 국가 권력이 만들어낸 ‘조작 간첩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는 진우와 그의 친구들이 불법적으로 구금당한 점,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을 했다는 점,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위법 행위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법정에서 싸움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송우석은 거대한 국가 권력이라는 벽 앞에 선 개인으로서의 고뇌, 두려움, 그리고 신념을 보여준다. 검찰 측은 사건을 빨리 종결짓고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 하지만, 송우석은 끈질기게 증거를 요구하고 반론을 펼친다. 특히 고문을 입증하기 위한 의학적 증거 확보, 자백 조서의 신빙성 문제 제기 등으로 검찰의 논리를 허물기 시작한다. 이 장면들은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맡았던 부림사건 재판을 재현한 것으로, 한국 사회 법조계의 어두운 단면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특히 송우석의 명대사,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법과 헌법, 국민의 권리에 대한 가장 강렬한 메시지로 남는다. 재판 중 그는 기존 동료들에게 외면당하고, 일부 언론과 정부기관의 압박도 받지만, 그의 신념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법정 투쟁이 아니라, 개인의 각성과 사회 정의를 향한 집단적 연대의 서사로 확대된다. 관객은 송우석이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아닌,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결말과 상징성: 시대와 인간을 말하다

재판 결과는 관객의 기대처럼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진우와 친구들은 결국 유죄 판결을 받고 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이 결말은 단순히 ‘패배’가 아닌, 더 큰 싸움의 ‘시작’을 암시한다. 송우석은 판결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는 말로 다음 투쟁을 예고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 결말은 실제 역사와 맞닿아 있다. 이후 송우석(노무현)은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게 되고, 그는 끝까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우다 세상을 떠났다. 영화는 그의 시작이 변호사 시절 부림사건이었다는 사실을 통해, 한 개인의 정의감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법정 장면 외에도 송우석의 인간적 면모를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국밥집 아주머니와의 신뢰, 아들과의 대화, 재판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 등을 통해 그는 점차 ‘시민의 대변자’가 되어간다. 송우석은 더 이상 돈을 위한 변호사가 아니라, 사회를 위한, 미래를 위한 ‘변호인’이 된다. 이 영화의 진짜 결말은 바로 여기에 있다 — 법은 살아 있어야 하며, 그것은 행동하는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변호인’은 단지 한 편의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며,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송우석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정의감, 양심, 그리고 용기를 본다. 현실의 벽은 높지만, 그 벽에 맞서 싸우는 사람으로 인해 세상은 변화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정의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아직 ‘변호인’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관람을 추천한다. 이 영화는 당신의 생각을 바꿔놓을 것이다.